어릴적에 보아왔던 매실은 살구처럼 노랗게 익고 향기가 좋은데 맛은 너무나 시큼하여 생과로 먹기에 부적합한 애물단지 같은 과일 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 부터인가 매실효소, 매실주, 매실 장아찌 등 매실을 이용한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매실의 인기가 치솟아 올랐습니다. 그런데 각종 매체에서 보여주는 매실은 한결같이 익지않은 풋매실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노오란 매실을 보아왔던 저로서는 익지도 않은 풋매실을 따서 음식을 만든다는게 약간의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매실은 푸른색의 청매가 이미지를 석권한 상태였습니다.
한번은 제가 매실나무에서 노랗게 익은 매실을 따서 가져왔더니 사람들이 그게 뭐냐고 물어 보더군요. 그래서 매실이라고 대답했더니 무슨 매실이 그렇게 노란색이냐며 믿질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각인돼 있는 매실은 시퍼런 청매실 이었던 거지요.
그러다가 최근에 들어서 노랗게 익은 황매실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나 발효액을 담글때 황매실로 담가서 음용해 보신 분들은 그 맛과 향이 얼마나 좋은지 아시기 때문에 계속 황매만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딸아이에게 청매실 발효액을 먹여 봤더니 한번 맛보고 난 후 그 다음부터 안먹는다고 피해 다녔죠. 그런데 황매실 발효액을 맛보게 했더니 이건 오히려 더 달라고 졸라댑니다. 맛과 향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뛰어나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바로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풋매실로 발효액을 담그면 벚나무속 나무들의 씨앗에서 공통적으로 풍겨나오는 특유의 강한 향과 함께 쌉쌀한 맛이 나죠. 그러나 완숙 황매실로 발효액을 담그면 그 강한 향기와 쌉싸름한 맛이 전혀 없이 부드럽습니다. 회사 동료들에게도 가져다 먹어보라 하고 이게 매실 발효액 이라면 믿겠냐고 했더니 깜짝들 놀라더군요. 일반적으로 접해왔던 매실음료와 맛이 다르기 때문이죠.
무슨 과일이든 익었을 때가 가장 맛과 향이 뛰어나며 유익한 성분도 많습니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건 종족 번식을 위한 수단인데 열매가 채 익기전에 누군가가 따서 먹어버리면 씨가 여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열매를 먹고 씨를 버려도 발아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숙이 되기 전에는 맛이 없거나 독성을 갖고있어 동물들의 접근을 최대한 막는 것입니다. 이런 원리로 보았을 때 완숙된 매실이 익지않은 청매실 보다 더 맛좋고 효능이 좋은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황매실의 매력이 점차 알려지면서 황매실을 찾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황매실은 쉽게 무르고 변질되어 유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 시장에서는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산지에서 수확즉시 배송해야만 신선한 황매를 받아볼 수 있죠. 그러고 보면 직접 매실나무를 키우고 있는 저는 매년 신선한 황매를 접할 수 있으니 참으로 축복받았다 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6월이 되니 매실의 계절이라고 여기저기 나옵니다. 그러나 저에게 매실의 계절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6월 하순이 되어야 황매실이 나오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