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옥편(弘字玉篇)에는 훈민정음으로 한자의 중국식 발음이 표기되어 있다.
나는 중학교때 교육방송(당시 KBS3) 중국어 회화를 통해 독학으로 중국어를 공부했었다. 당시에 교재도 없는 상태라서 자막을 보고 재빨리 글자를 필기 하였는데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필기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발음을 미처 적지 못한 글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어머니께서 사주신 최신 홍자옥편이 있었다. 어차피 모르는 글자도 있고 해서 옥편을 뒤적여 글자를 찾아 보았는데 한가지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글자 바로 밑에 한글로 발음이 씌여 있는데 이게 일반적인 현대 한자음과는 차이가 나고 훈민정음에나 있는 반치음이나 순경음이 보였다.
그래서 이게 혹시 중국발음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고 기존에 중국발음을 이미 알고있던 글자들과 대조를 해 보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홍자옥편에 나와있는 발음이 중국발음과 거의 일치했다. 아래 사진은 그 예이다.
어떤가?
한 일(一) 의 중국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면 [이] 인데 홍자옥편에 [이] 라고 나와 있다.
일곱 칠(七) 의 중국발음도 [치] 라고 나와 있다.
아래 하(下) 의 중국발음도 [쌰] 라고 나와 있다.
글자마다 확인해 본 결과 일부는 현대 중국 표준음과 약간 차이가 나는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일치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홍자옥편에 있는 발음이 현대 중국어 발음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된 것도 아닐테고 표기방식에 있어서 중국어에 있는 특수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리라 판단된다. 그러나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천지인 중국어 라고 하는 중국어 교육 방식을 유튜브에서 보았는데 나는 사실 이미 80년대에 중국식 한자음과 한국식 한자음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다. 홍자옥편을 통해 한국음과 중국음을 비교해 본 결과 둘 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중국어 교재도 없고 중한사전도 내게 없던 시절 홍자옥편은 나에게 최고의 중국어 길잡이 였다.